2025년 10월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일본 드라마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사랑과 감정 표현에 서툰 두 사람이 서서히 서로를 이해하고, 다가가고, 마침내 마음을 여는 과정을 그린 감성 로맨스입니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한효주와 오구리 슌이라는 한일 대표 배우의 섬세한 연기를 바탕으로, 과장되지 않은 진심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여자,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남자
주인공인 여자는 타인과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내향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회적 불안장애에 가까운 그녀는 누군가의 시선 앞에서 말문이 막히고, 시선을 회피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눌러 살아갑니다. 이 역할을 맡은 한효주는 감정 표현을 극도로 억제하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눈빛 하나로도 복잡한 감정을 전달해냅니다.
반면 남자 주인공은 타인이 자신의 몸에 닿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트라우마를 안고 있습니다. 악수도, 가벼운 터치조차 불가능한 그는 대인 기피에 가까운 상태로 살아가며 타인과의 접촉을 두려워합니다. 오구리 슌은 이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인물을 절제된 연기로 풀어내며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처럼 둘 다 사회적인 상호작용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만, 서로를 향한 호기심과 이해는 조금씩 관계의 방향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건, 이 둘이 처음부터 서로에게 ‘낯설지 않은 상처’를 느꼈다는 점입니다.
초콜릿, 말 없는 감정의 매개체
이 드라마에서 초콜릿은 단순한 배경 소재가 아닙니다. 초콜릿은 이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전하는 또 다른 언어이자, 사랑의 매개체입니다. 말로는 어렵고, 눈도 맞추기 어렵고, 손도 닿지 못하는 두 사람은 오직 초콜릿을 통해 감정을 전달합니다.
그녀는 초콜릿을 만드는 순간에만큼은 자신감을 가지며, 초콜릿에 마음을 담아냅니다. 그는 그런 그녀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초콜릿을 통해 그녀를 이해합니다. 서로의 손은 닿지 않지만, 마음은 천천히 맞닿아 갑니다.
이 과정은 어떤 로맨틱 드라마보다도 더 조용하고, 더 조심스럽지만, 그래서 더 깊고 강렬합니다. 시청자는 그들의 작은 진심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되고, 그 섬세한 감정의 흐름에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감정 연기의 진수 – 한효주와 오구리슌
《로맨틱 어나니머스》의 진가는 배우들의 연기에서 완성됩니다. 한효주는 ‘말 없이도 말이 되는’ 연기를 통해 극도로 억눌린 내면을 표현하고, 오구리슌은 표정 없는 얼굴 속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두 사람은 이 작품을 통해 단순한 멜로 이상의 감정적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서로를 피해 시선을 떨구는 장면, 멀찍이 떨어져 같은 공간에 있는 장면 등에서 카메라의 정적인 구도와 배우들의 움직임이 어우러져 묵직한 감정을 형성합니다.
이런 연출은 ‘사랑은 반드시 손을 잡아야만 성립하는가?’, ‘진심은 신체 접촉 없이도 전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드라마의 메시지를 한층 더 깊이 있게 전달합니다.
결론: 서툴러서 더 진짜 같은 사랑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로맨틱 어나니머스》는 말이 서툰 사람들, 감정을 꺼내기 힘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위로이자, 진심 어린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눈을 마주치지 못해도, 손이 닿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진다는 걸 보여주는 이 작품은, 화려하거나 빠르진 않지만, 그만큼 오래 남는 감정을 전합니다.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시대, 사랑이 점점 복잡해지는 지금, 이 드라마는 이렇게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사랑도, 사람도. 서툴러도 괜찮아.”